어린 자녀를 키우는 집마다 스마트폰 비상이 걸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스마트 기기들이 10세 이하 어린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2011년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결과, 만5~9세 유·아동의 인터넷 중독률은 7.9%로 20~49세 성인(6.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 평균치(7.7%)보다도 높은 수치다. 인터넷 이용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중독 위험이 어린아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부천에 사는 이정은(32)씨도 25개월 된 아들 민서(가명)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다.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찾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때조차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조금만 심심해지면 “엄마, 아이폰!” 하고 조르기 일쑤다. 전화를 뺏으면 그때부터 전쟁이다. 악을 쓰고 토할 때까지 우는 민서의 모습에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스마트폰을 건네준다. 사실 이씨는 “죄책감도 느낀다”고 했다. 민서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 준 사람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고 동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내려 받아 아이한테 보여준 게 화근이었다. 요즘에는 뽀로로 만화도 스마트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자녀의 인터넷 혹은 스마트폰 중독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비단 이씨만이 아니다.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아이에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한글을 가르치려다 오히려 스마트폰 맛만 들였다고 한탄하는 글부터, 어떻게 하면 아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뺏을지 정보를 공유하는 글까지 사례가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 아이의 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심하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식하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거실에서 TV를 치운 가정에서조차 스마트폰은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어른은 편하고,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니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부모가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건네는 것은 위험한 칼을 아이 손에 쥐여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경고한다. 권 소장은 “전두엽 발달이 완성되는 10세 전까지는 되도록 인터넷, 스마트폰 등과의 접촉을 막는 것이 좋다”며 “아이가 이미 기기를 접했거나 중독 증세를 보인다면 가장 먼저 스마트 기기를 아이에게서 떨어뜨려 놔야 한다. 울고 떼를 써도 주지 않고 기다리면 아이는 다른 재미를 찾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엄나래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디어중독팀 책임 연구원은 “부모들이 순기능만을 생각해 아이에게 스마트폰 등을 건네주면서 너무 이른 나이부터 스마트 기기에 노출되고 있다”며 “부모가 먼저 스마트 기기도 TV 등 기존 매체가 가지는 중독의 위험성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아이들이 되도록 늦게 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또 “일본소아과협회에서는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는 부모들에게 ‘스마트폰은 되도록 늦게 접하게 하라’ ‘수유할 때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 등의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며 “진흥원에서도 유아를 위한 예방교육과 함께 하반기부터 스마트기기 등장으로 달라진 환경에 맞춘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